시오노 나나미는 '생각의 궤적'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맺는 것을 남녀관계로 환치해서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살짝 가져다 나의 경우에 대입하면, 나에게 런던은 처음 만나 연애에 빠진 상대에 속한다. 나는 10년 전 여느 대학생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런던IN - 파리OUT 하는 여정으로 유럽 이곳 저곳과 '연애'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처 한달이 되지 않는 기간동안 십여개국을 돌았으니 참으로 문란한(?) 연애였다.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겠다며 서로의 집에 모여 밤을 새고, 한강 둔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의기투합했던 그 때가 정말 즐거웠다. 우리의 여행 계획은 서로의 WISH LIST가 섞이다 보면 금세 산으로 강으로 빠지기 일수였고, 둔치에서의 의기투합은 결국 버드와이져가 체코 맥주인지 독일 맥주인지에 대한 토론회에 지나지 않았지만, 난 그 때의 설렘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의 여행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풋내음이 물씬 낫다. 그 당시 우리는 여행사를 통한 호텔팩을 이용했는데, 이건 솔직히 배낭여행의 탈을 쓴 관광에 지나지 않았다. 여행 루트 및 숙소는 여행사에서 미리 잡아놓은 스케줄을 따랐고 우리는 주요 도시 안에서의 여행만 계획하면 끝나는, 심지어 유레일 패스는 돈을 더 주고 1등석으로 끊어놨으면서 당당히 배낭여행을 하고 왔노라고 친구들에게 말해왔던 걸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이 짧은 여행은 크고 작은,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로 장식되어 지금 내 기억 속에는 언제 들춰보아도 즐거운, 풋풋한 여행으로 남아있다. 

그 풋풋한 여행, 연애의 첫 시작이 런던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런던 히드로 공항에 발을 딛으니, 10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입국심사를 받던 기억부터 생생하게 기억났다. 입국 심사전 런던에서의 숙소가 있었던 Earl's Court를 얼스 코트로 발음할 것인지, 엘스 코트로 발음할 것인지 상의했던 기억까지. 결국은 무엇이 쑥스러웠는지 입국 심사할 때는 여섯명이 우루루 몰려가서 함께 받았고, 입국심사관은 고르고 골라서 발음한 엘스 코트를 얼스 코트라며 정정해 주기도 했었다. 

이 풋내 물씬 풍기는 여행은 마치 숙제같았다. "나 여기 놀러왔어요~" 라고 티를 내가며 유명하다는 곳을 목표로 오로지 직진만 했으며 서로 준비해 간 여행정보를 나눠보며 목표한 장소에 가서 발도장과 사진을 찍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 사실만 중요했을 뿐 그 곳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이건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는데, 그 당시의 사진은 여행자의 사진이라기 보다는 유명 관광지의 홍보사진에 훨씬 가깝다.

내 여행 루트와 방식, 같이 여행하는 동행도 10년 전과는 전혀 달랐지만, 곳곳에 묻어있는 낯선 익숙함은 여행 내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즐거웠던 10년만의 방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Mind the Gab.' 이 제일 어울리지 않을까? 



2014.06.06 17:52 Trackback 0 Comment 0
  • 길수게스트에 글안써져서;..
  • 길수오빠 10월 둘째주쯤??..
  • 길수오빠 10월 둘째주쯤??..
  • 길수냄후오빠 ㅋ 홍콩사진..
  • 김화경나도좀찍어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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